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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건강

비 의료인, 태권도 사범의 시각에서 본 ADHD

by 태권마루 2026. 4. 7.

어느 태권도장에나 ADHD, 자폐스펙트럼, 경계선 지능 장애 등의 일명 '느린 아이'들이 존재할 것이다. 수업 시간에 이런 특성을 가진 아이가 있으면 일반 학생과 수업할 때보다 두 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무엇보다 수업 분위기를 망치거나 심지어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를 피해 다른 부로 옮기거나 도장을 옮기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부모는 내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 다른 아이들처럼 그저 태권도장에 보내는 것이지만, 두세 배는 힘든데 비용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이러 이렇다고 하면 모르는 척, 아닌 척하는 부모의 태도는 우리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저 우리가 힘듦에도 많이 애쓰고 있다는 것 알아주면 그것으로 충분한데 말이다.

 

오늘 한 어머님이 담임 선생님과 면담했는데 ADHD 약을 는 게 어떠냐고 강력하게 권했다고 한다. 엄마도 늘 고민은 하고 있었지만, 아빠가 안 좋다고 반대해서 지금껏 센터만 방문하며 지내왔는데 담임 선생님이 너무 강하게 나와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제 3~4학년이 되면서 학업이 점점 중요해지다 보니 묵과하기에는 선을 넘어섰나 보다.

 

자폐는 정상의 범주에 들어올 수 없다지만, ADHD는 가능한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지금도 도장에 몇 명이 있고 올해부터 약을 먹는 친구도 있는데 이 아이는 먹지 않았을 때와 180도 다른 아이가 되어 있다. 그런 만큼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부분이 많은 것이다.

 

의사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수많은 아이들을 경험하고 느린아이에 대해 공부하며 알게되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정리해 본다. 

 

 

ADHD는 뇌의 이상이고 도파민(Dopamine) 등 신경전달물질이 일반인보다 부족하거나, 분비되어도 금방 재흡수되어 버리는 상태를 말한다.

 

이 물질들은 우리 뇌에서 전두엽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전두엽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사고와 통제를 담당하는 브레이크 역할이다.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 산만해지는 것이다.

 

약을 복용하면 부족한 도파민이 뇌 속에 더 오래 머물도록 도와주고 그 결과 잠자고 있던 뇌의 브레이크가 깨어나 외부 자극에 일일이 반응하던 아이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겉으로 보기엔 "정상인보다 더 차분해졌다"고 느낄 정도로 집중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는 아이를 억지로 잠재우는 진정제가 아니라, 기능이 떨어진 뇌 부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게 만드는 '활성제'에 가깝니다.

 

약효가 도는 동안 입맛이 없거나, 너무 차분해져서 '아이의 생기가 없어 보인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이는 약 용량을 조절하면 대부분 해결되는 문제이고 성장을 저하시킨다는 얘기도 있던데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최종 성인 키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ADHD약은 안경이다


 

ADHD 약은 안경과 같다고 한다. 시력이 나쁜 아이에게 안경을 씌워주면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듯이, 약물은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돕는 도구인 것이다.

물론 모든 아이에게 약이 정답은 아니니 전문의와 상담하며 부작용을 면밀히 체크한다면, 아이에게 '성공하는 경험'을 선물해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ADHD 약은 감기약처럼 먹고 나면 병균이 사라지는 방식이 아니다.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면 잘 보이지만, 안경을 벗는다고 시력이 좋아지지는 않듯이 ADHD 약도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보통 8~12시간) 뇌의 기능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현재 상황의 조절'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감기약이 감기 자체를 잡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켜 잘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ADHD 약도 이 자체가 나아지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성장을 돕는 것이다.

 

단순히 그 시간만 버티는 것은 아라 학습과 습관의 축적, 이를 통한 성공적인 사회적 경험, 뇌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며 이것이 장기적으로 약 없이도 조절이 가능해지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다.

 

방치하면 더 큰 대가

 

 

약을 복욕하고 정상적인 생활 속에서 뇌가 올바른 자극을 받으며 성숙해질 기회를 얻을 수 있음에도 이를 방치 시에는 뇌의 미성숙이 지속되고, 반복되는 질타와 실패로 인해 성격 장애나 우울증 등 더 큰 문제(공존 질환)가 고착화 될 수 있다.

 

매일 혼나고 포기하던 아이  ADHD 아이가 약을 통해 끝까지 해낸 경험을 하게 되면, 우리 뇌는 그 성공 경로를 기억하고 이 기억들이 쌓여서 나중에는 약 기운이 없어도 "아, 이렇게 하면 집중이 됐었지" 하는 행동의 이정표가 된다.

 

뇌가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 아동·청소년기에 학교생활과 교우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며 뇌에 건강한 자극을 줄 수 있고 이렇게 익힌 정상적인 생활 패턴과 성숙해진 뇌 기능이 합쳐져 약 없이도 사회생활이 가능한 수준(관해 상태)에 도달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약의 성분이 아이 몸에 남는 것이겠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실패의 고착화'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 약을 안 먹고 방치된 아이는 '난 안 돼', '난 문제아이야'라는 부정적인 뿌리가 깊게 박히고 이렇게 되면 나중에 뇌가 다 성장하더라도 이미 굳어진 낮은 자존감과 반항적인 성격은 고치기가 훨씬 힘들어지지 않을까?

 

지금 아이가 약을 먹고 차분하게 보내는 하루하루는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정상적인 성인'이 되기 위한 기초 공사를 하고 있는 셈으로 봐야 한다. 약은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든든한 '안전장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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