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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비의 새끼줄 :: 2009.05.27 13:00

큰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자에게는 일 잘하는 노비가 두 사람 있었습니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줄곧 부자의 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가족과 같아서 부자가 특히 아끼는 노비였습니다.
어느 날 부자는 두 노비를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그동안 너희가 고생한 것을 생각해서 내일 날짜로 노비 문서를 없애고 너희에게 자유를 주려고 한다.
또한, 그동안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대가도 충분히 주겠다."


주인의 말에 두 노비는 깜짝 놀랐습니다.

"주인님, 그렇지만 저희가 없으면 주인님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걱정 마라.
너희 대신 일할 노비 두 사람을 이미 정해 두었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마라."


두 노비는 고마워서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했습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오늘 밤까지는 일을 해 주어야겠다."

"하고 말고요.
무슨 일이든지 시켜 주십시오."


두 노비는 동시에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오늘 저녁 내가 짚을 다섯 단씩 줄 테니 새끼를 좀 꼬아다오.
내일 새로 오는 노비들이 나무를 해오면 그 나무를 묶는 데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 알겠느냐?"


그날 저녁 두 노비의 방에는 똑같은 볏짚 다섯 단이 들어왔습니다.

"여보게, 내일부터 이 노비 신세도 끝인데 잘할 필요가 뭐 있나.
그냥 대충하세."


두 노비 중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아니지, 그래도 우리에게 자유를 주셨는데 그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잘해야지.
밤을 새우더라도 말이야."


나머지 한 노비가 손을 바쁘게 놀리며 말했습니다.
어쨌든 두 노비는 각각 새끼를 꼬기 시작했습니다.
한 노비는 주인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새끼를 꼬았고, 또 한 노비는 마지막 날까지 일을 시키는 주인에게 불만을 느끼고 마지못해 새끼를 꼬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여장을 차린 두 노비가 주인 앞 나왔습니다.

"그래, 어젯밤 새끼 꼰 것을 한번 보자."

주인의 말에 두 노비는 간밤에 꼰 새끼를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하나는 매우 길고 단단했지만, 다른 하나는 매우 짧은 데다 금방이라도 풀어질 것처럼 엉성했습니다.
그 새끼줄을 바라보던 주인이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자, 그동안 열심히 일한 대가를 주겠다.
너희가 지금 가진 새끼줄만큼 여기 있는 엽전을 엮어 가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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