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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사범이라 결혼을 반대한다. :: 2009.04.27 09:00

스물아홉…….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좋아했다.
이 노래가 좋아지려는 무렵…, 돌아서 보니 나는 이미 서른을 너머서 있었다.

"결혼할 시기가 되었거나 혹은 지났거나……"

이제는 어느덧 선배와 친구는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주변엔 온통 신혼들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먼~ 얘기처럼 들렸다.
가진 것이 너무나 없기 때문이다.

급격히 어려워진 가정형편으로 대학 1학년 이후로 용돈과 학비는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에 작년 2월까지 학자금 대출을 갚는다고 월급 대부분을 쏟아부어야 했다.
큰 빚을 청산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모은다고 모았지만 서른을 넘긴 나이에 지난 1년간 모은 돈은 내 또래의 그것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액수일 뿐이다.
결혼도 해야 하고, 언제까지 사범으로 남아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때로는 막막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도 최대한 아껴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결혼하고, 2~3년 둘이 바짝 벌어서 도장 차릴 목돈을 모은다는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예상했던(?) 대로 그것이 힘들어져 버렸다.

10년간 만나 온 여자친구가 드디어 부모님께 나의 존재를 말하고 결혼 얘기를 했는데 나의 가정환경과 직업을 문제 삼아 반대하셨다는 것이다.
내 직업에 대한 불만이 있을 줄은 충분히 예상했었고 나는 10년을 사랑해 온 것으로 그 모든 것을 덮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건 내 입장일 뿐이었다.
가정환경이야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태권도 사범으로는 어머니를 봉양하며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여자친구는 건강도 그렇게 좋지 못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고생시키지 않으려는 부모님의 마음인 것이다.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 오히려 더 막막하지만, 그분들의 생각이 조금 더 현실적이고 깊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만나보기조차 싫어한다는 것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도장을 차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이면 생각해보겠다고 하신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사실 화가 많이 났었다.
'결국엔 돈이란 말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좀 더 설득하지 못한 여자친구, 가정환경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부모님, 물질만능주의 세상…….
사춘기 소년 같은 유치한(?) 피해의식이 맴돌았다.
참 변명하고 싶은 여지는 많았지만 아무리 떠든들…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분들의 마음도 변하지 않을 듯하니 다른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한 것 아니겠는가…….

결혼을 한 후 둘이 힘을 모아 도장을 차리겠다는 계획을 뒤집어 도장을 먼저 차리고 시기가 좀 늦더라도 결혼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동료, 후배 사범들이 하나 둘 도장을 인수하고 개업할 때, 나는 대신 스스로 용돈과 학비를 벌며 대학을 나왔다는 것을 위안 삼았는데 막상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조바심이 생긴다.
운영 가능한 허름한 도장 하나 인수하는데 최소한 6~7천은 쥐고 있어야 한다니 나는 앞으로 2년은 넘게 죽으라고 모아야 한다.

힘들수록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기회가 오겠지…….

언젠가 내가 운영하던 홈페이지를 보고 도장을 열어줄 테니 맡아서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B도장으로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선뜻 낯선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어 거절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다.
그때 그 제의를 받았다면 어쩌면 지금은 결혼도 하고, 크게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어차피 가진 것 없었기에 잃을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이래저래 당분간은 심란할 것 같다. ㅠ_ㅠ
로또나 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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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시 | 2009.04.29 22:5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힘내세요 순수한 사범의 열정에 놀랐습니다
    그런 순수한 사람이 인정받을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어둡게 혼자 있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 | 2009.04.30 00:4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힘내세요. 뜻한바가 있으면 다 길이있고 정말 열정을 가지고 부딛히면 다 방법이 나오겠지요. 전 한국에서 군 전역을 하고 대학교 학창시절 집사람을 처음 만나고 다음해에 졸업도 하기전에 결혼을 했습니다(정식 결혼식장에서 양가의 부모님을 모시고 치루어진게 아니라, 집사람과 저 그리고 서로의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조용한 사찰에서 치루어진것 이지요). 아들이 하나밖에 없는 집안에서 직장도 없이 학생 신분으로, 더군다나 미국인과 결혼을 하겠다는 저때문에 부모님들께선 정말 구슬리고 협박하시기를 1년간 계속해 오셨지요. 당시엔 많이 섭섭했지만, 지금은 섯부른 결단으로 후에 더 고생하지 않을까 하는 부모님들의 근심때문이였다고 생각이 드니 걱정을 많이 끼쳐드렸다는 마음에 죄송스러운것도 사실이지요.

    그렇게 결혼하고 대학 졸업과 함께 첫 아들을 갖게 되었는데, 미국으로 아내와 아들을 대리고 와서 정말 되지도 않는 영어로 직장구해서 가장노릇을 하는게 생지옥 이였습니다. 취업 박람회와 갖은 직장 인터뷰에서 번번히 거절당하면서도, 항상 머리속으론 가족들과 부모님들 생각을 하면서 오기로 계속 도전을 했지요. 여기 온지 이젠 10년이 되어가고, 이젠 대학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지만 아직 금전적으로 넉넉한 형편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돈을 모으고 열심히 저축을 해도 스스로 "이정도면 넉넉하게 모였다"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요? 마뭏든 아들 둘, 딸 하나, 집사람, 저 이렇게 다섯명 한 지붕 아래에서 밥 걱정 없이 오손도손 잘 살고있는것으로 만족하고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한국사람보다도 김치 더 잘담그고 귀여운짓 많이 하는 제 집사람을 부모님들께선 이젠 무척이나 좋아하시지요.

    저 처럼 독불장군같이 방법도 계획도 없이 그냥 "깡"으로 밀어부치라고는 절대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만, 너무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의견에 휩쓸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하고 다른 삶에 봉착하는 일은 없었드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는게 힘들지만, 그래서 또 재미있고 보람찬거 아니겠습니까? ^_^

  • 동질감 | 2009.05.01 00:3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랑 상황이 많이 비슷하군요... 아니 거의 같을까?
    마지막에 로또 생각만 날뿐 ㅋㅋ

  • 서태수 | 2009.05.03 14:2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힘내세요. 내 갈길 가면 됩니다. 남자는 불알 두쭉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는 있을것입니다. 힘내시길^^

  • 이종현 | 2009.05.06 15:1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힘내세요 !
    같은 길을 가는 후배가 있습니다 !

    선배님들이 잘 되셔야 저도 ^^//

  • 김태일 | 2009.05.11 00:1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우연히 블러그에 와서 태권마루님 글을 읽었습니다.
    너무나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분명 확고한 가치관과 따뜻한 마음 있기에 이런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주 놀러오도록 하겠습니다.

  • 박진석 | 2009.10.04 12:4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범 생활을 하시고 게시죠?
    보통 한달에 사범님인건비(200만원치고)랑 물세 전기세 기름값 이런거 다하면
    얼마나 나가시죠?

  • 김사범 | 2009.10.22 00:4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십니까?
    태권마루님에게 일단감사드리구요
    태권도사범과 관장을 위한 공간인거 같아 너무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건의사항일지도모르겠지만
    사범생활을 한지 얼마 안됀 아주 초보 사범인데
    궁금한게 워낙 많아서
    질문게시판같은 공간이 하나 생겻으면 좋겟네요
    ^^늘 행복한하루되세요

  • 왼발상단 | 2009.12.13 17: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네이버 검색하다 우연히 글을 읽었습니다.

    저도 사범님 처럼 가정 경제적 환경때문에 아직도 학자금 과 신용회복위원회 갚아나가고있습니다.

    사범님 글을 읽기전까지는 제가 제일 악조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저하고 같은 사연이 있는 사범님을 보니

    저에게는 큰힘이되네요... 제가 힘을 드려야하는데 제가 힘응 얻고 가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10년동안 사범님 옆에 계시는 여자친구분 하나만으로도 저보다 무지 좋은거같습니다.

    사실 저도 태권도 사범이라는 이유로 이별을 했던 초보 사범일때 기억이나네요...

    사범님 힘내시고 나중에 로또 당첨되시면 모른척 하기 없습니다^............^

  • 교과서 | 2010.01.19 00:5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구글 검색으로 오래된 글을 읽었는데 십년전 일이 생각나서 한 글 적습니다.
    무도인으로 오리지널을 지키고 살려니 십년전 맞선본 여성분의 부모님 반대가 생각납니다.
    태권도 관장은 월급쟁이만 못하니 만남을 결혼까지는 허락할 수 없다고...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 말이 맞네요.아직도 경제적인 여유를 생각하기 힘드네요.
    다만 내옆을 지키고 있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현실에 맞추어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각오만 매일 새롭게 합니다.
    세상과 타협하여 수련생들을 돈으로 만 기준하여 운영한다면 벌써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련만
    그렇지 못하는 자존심에 답답할 따름입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습니다.
    마음이 편할것인지 몸이 편할것인지....

  • 개척자 | 2010.01.24 03:4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태권마루님,, 힘내세요~*

    지금은 큰 도약을 위해 바닥을 단단히 다지는 중이 잖아요~~ ^^

  • 승리마루이휘용 | 2010.05.03 10:1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하다가 이 블로그 까지 오게 되었는데
    제 10년뒤 모습인것 같아 그냥 안 지나칠수 없는것 같습니다 ㅎ 저도 이 글 읽으면서 어제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할것 같습니다 ㅎ

  • 마스터진 | 2010.05.04 07:5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동감되는글 읽고 갑니다.
    힘내세요, 모두다 어려운 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힘든시기가 없다면 성공시기도 없습니다.

  • 징징이 | 2012.03.05 00:2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이 너무좋아 퍼갑니다 완전 감사해요 저도 사범하다 여자친구랑헤어졌어요 사범은 정말 힘든일이죠?
    너무나 많이 그래서 저는 점 늦었지만 이제 다른길로 가려합니다 ...
    전혀 태권도에 미련이 없읍니다 ...10년동 아직도 나는 잘못살아온거 같아서 후회가 심합니다
    전혀 돈모아둔것도 없구 암것도없네요 ...결혼도 못하고 월급은 최저 임금이고 도저히 이길은 아닌듯싶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고생은 고생데로하고 해논거는 하나도 없구 너무너무 맘이아픕니다 부모님도 이제는 태권도사범이라 하면 너무나 많이 반대를 하셔셔 ..저도 이제는 ..자신이 없네요..집안형편도 그렇구요..
    왜아침일직나가서 전단지돌리고 입학식대 전단지돌리고 유치원에 전단지돌리고 밤11시에 끝나고 아이들은 안들어오고 관장눈치보고 나이가 먹다 보니 더이상 사범은 힘든거 같아요..차라리 직장생활10년을 했으면 퇴직금이라도 받지라는 생각과 4대보험돼면 대출도 됫을텐데 그런생각이 엄청들더라고요...너무나 많이요...전다른길로다시같다가 다시사범하는데..지금은 너무나 많이 후회합니다...그래서 다시 다른길로 가야하는게 답인거 같아요...님글은 너무나 맘에 와닿다아요 ....많은 사범들중에 열시미 하는사범님들도 게시지만 저에게는 이길이 아닌듯 싶어요...부모님이 잘사셔셔 도와주는것도 아니고 ..사범해서 돈천만원벌기가 너무나 힘들더라고요 ...모아지지도 않고요....물론 핑계일수있겠지만 ... 전 이제그만하려합니다....태권마루님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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