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해당되는 글 3건

태권도 관장이라 결혼을 허락한다. :: 2011.02.18 12:30

대학 4학년 때 사범으로 취업을 나와 사범 생활 2년 만에 대학 때 학자금 대출받은 거 겨우겨우 갚았다.
쥐꼬리만 한 월급 받아 학자금 대출 갚는다고 나름대로 고생했다.

이제 결혼 자금 좀 모아야겠다 싶었는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장을 인수하면서 다시금 빚을 졌다.
이번에는 학자금 대출과는 비교되지 않는 큰돈이다.
그러고는 일 년 동안 꽤 많은 빚을 청산 했다.
그래도 갚아야 할 돈은 몇 배는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여친님께서 결혼 얘기를 꺼내며 2010년에 결혼하자며 돈을 모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빚 갚는 것을 중단하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빚 갚을 때는 쓸 거 안 쓰고 갚아나가니 돈이 금방 갚아지더니 이거 뭐 결혼하려고 돈을 모은다고 모으는데 뭐가 모이질 않는다. -_-;
끝내는 2010년은 그렇게 흘렀다.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해서 제법 큰 돈이 만들어 졌다.
예전에 여친님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 여친님이 집 구할 돈 모으면 다시 얘기하자고 했는데 그만큼 모였으니 부모님께 다시 얘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뜻밖에 순순히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큰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 단단히 먹고 지내고 있었는데 이거 시간 좀 흘렀을 뿐인데 의외로 쉽게 풀리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사범에서 관장으로 위치가 바뀌고, 최소한의 결혼 자금을 모았다는 것이 작용했겠지?

아무튼, 지난 토요일 여친님의 부모님을 만났다.
나에게 모질게 대할 줄로만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너무나 고마웠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 후로 미친 듯이 집을 구하러 다녔는데 이거야 원 우리가 가진 돈에 맞는 집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몇 날 며칠을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 마냥 집을 찾아 돌아다녔다.
왜냐! 올봄이 가기 전에 꼭 결혼하고자 하는 여친님의 의지 때문이다.

아무튼, 극적으로 정말 괜찮은 집을 발견했다.
그런데 젠장~ 9천이란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로 하고, 가계약을 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본 계약을 하기로 했다.

이제 집을 구했으니 어서 날을 정하고 상견례하고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요즘은 집을 구하지 못해 결혼식하고 신혼여행 다녀와서 집 구할 때까지 각자의 집에서 사는 신혼부부도 있단다.
그래서 예비 장인, 장모님이 집을 먼저 구해야 날짜를 잡아준단다.
이제 승낙과 집이라는 두 가지 산을 얼떨결에 넘었다.
이제 또 얼마나 많은 난관과 부딪힐지 모르지만, 뭐, 잘 되겠지…….
기존에 있던 빚에 전세자금 대출까지… 1억 가까운 빚을 떠안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고생길이 눈에 훤하다.

13년의 연애와 결혼까지 우여곡절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오랜 사랑의 결실을 볼 것을 생각하니 들뜨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하기 싫었던 품새 수업에도 힘을 내서 열심히 했다.
아이들에게 짜증이 나다가도 기쁜 일을 생각하며 한 번 웃어주었다.

그러고 보면 가르치는 사람이 행복하면 그 밑에서 배우는 제자들도 행복해지겠다.
우리 도장에 아이들을 위해서도 내 삶을 위해서도 행복해져야겠다.

태권마루 곧 장가갑니다.
많이많이 축하해 주세요. ^^


2009/04/27 - [사범일지] - 태권도 사범이라 결혼을 반대한다.
2009/05/23 - [사범일지] - 태권도 사범의 비애, 태권도장과 결혼
이전 댓글 더보기
  • 응원하며 | 2011.02.18 14:1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결혼이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돈으로 대신하지 못 할 기쁨도 많습니다. 물론 힘든일도 있지요. 힘들고 고통스럽고 어려운것은 기쁨보다 작아 짐니다. 축하합니다.

  • 라떼향기 | 2011.02.19 18:0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축하드리네요.. 사실 저도 태권도장을 다니기 전에는 몰랐는데 사범들의 환경이 생각보다 많이 열악하더군요.. 정말 봉급도 얼마 안되고... 태권도를 하면서 알게된 저랑 동갑인 여자 사범은 정말 제가 상상도 못했던 적은 액수를 받으면서 사범일을 하는 것도 봤고... 저보다 나이 많은 여자 사범님은 자신이 사범임에도 자기는 남자 사범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을 봤을때 태권도하시는 분들 경제 사정이 안좋다는것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힘들게 결실을 맺게 되어서 다행이네요.. 행복한 가정 꾸리시길 바랄께요..

  • 박사범 | 2011.02.22 12: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축하드립니다..^^ 저도 올해 결혼을 계획중인데,, 아직 사범인지라 ㅠㅠ
    많이 힘드네요 ㅠㅠ

  • 김태권 | 2011.02.22 12:3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너무 축하합니다~ 저의 길을 먼저 걸어간분 같습니다~ 화이팅~^^

  • 공사범 | 2011.02.22 16:1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결혼 정말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네요...

    오래간만에 뵙겠네요..기억이나 하실런지..ㅎㅎ
    마지막 으로 인사를 나눈게 도장 인수하셨다는 소식이었는데
    그시간이 꽤 되었네요..
    한국에 들어가면 꼭 찾아뵈야 하는데 ...
    그게 쉽지가 않네요..
    다시한번 정말 축하드리고요 날짜가 언제죠..?ㅎ

  • 멋진남자 | 2011.03.10 11:5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가르치는 사람이 행복하면 그 밑에서 배우는 제자들도 행복해지겠다."
    참 좋은 말입니다.
    제가 한 사람의 교육자로 일하면서 꼭 품고 다녀야 겠어요!

  • 주니.. | 2011.03.17 14:2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축하합니다. 저도 마루님과 비슷한 경우인데...

    저는 6년의 연애 끝에 이번 3월 13일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40만원의 사범생활때부터 지켜본 여인과 이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옆에서 맥주 한잔하면서 저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같이 만나서 소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무지 하고 싶을정도로 뵙고 싶을정도네요..

    마루님께 배울점도 많고......

    지역도 가까우니... ^^
    (전에도 이런말을 씀)

    어째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정말 축하합니다.

  • MasterMIN | 2011.03.22 02:4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축하드립니다 진심으로 저는 연예4년차인데 아직멀디 먼 이야기인듯싶네요

    제나이도 아직은 많은것은 아니다보니

    하하여튼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리구요 체육관 번창하시길바랍니다

    그전의 것들에 댓글을 몇개 달아보았는데

    정말 오래전의 글들이더군요^^

    예전의 고민들은 다푸신건가요?

    돈때문에 조금힘드시드라도

    가족이 생긴후와 생기기전에 대해서 좀나중에써주셧으면합니다~

  • 최관장 | 2011.03.23 00:4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두 46만원 받고 사범 생활10년하면서 10년만에 차려 체육관한지 언10년되었네요!

    고된 사범생활과 쪼달린 봉급으로 생활하시는 후배,선배님들 고충은 사범님들도 다아시겠지만 현재 나를믿고 이떄까지 보필해준 태권마루님예비신부님께 축하드림니다!
    아울러 결혼 먼저 축하드림니다.
    태권마루님은 정직하고 신념이 있으시니 최고의 지도자가 되실겁니다!

  • 젋은관장 | 2011.03.30 10:0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항상 좋은글 잘 보고 갔는데 결혼하시네요 ^^
    결혼 축하드리고 더욱 더 번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초짜메인사범 | 2011.04.21 00:4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와 축하드립니다.
    오늘 검색하다가 이 사이트 들어와서 너무
    좋은글 좋은 영상 많이 봐서 상당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직 결혼은 안하셨지만 승낙 받으신거 진심으로 축하드리구요^^
    체육관마저 번창하시고 결혼하신후 아이도 건강하게 잘 키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짝짝짝

  • 충남관장 | 2011.05.14 01:2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우와~
    13년간의 사랑 정말 대단하시네요~
    아마 결혼하시면 더 행복하고 잘될것 같습니다.
    아마 사모님 되실분이 굉장히 내조를 잘 해주실듯 하네요.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저와 연배가 비슷한걸로 알고 있는데 저는 아직 혼자네요..ㅠㅠ
    아무쪼록 결혼 잘 하시고 건강하고 이쁜 아이도 낳으시길 바라겠습니다.
    화이팅!!

  • 권혁준 | 2011.05.18 13:4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항상 좋은 글 보고 그냥 지나쳤는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 소재민 | 2014.02.03 23: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태권도 관장을 꿈꾸고 있는 한 청년입니다.
    하지만 대학을 안나온지라 대학이라는 난관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지만
    저도 당신처럼 난관을 극복하면서 꼭 꿈을 이루겠습니다.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아이들을 위해 멋진 관장님이 되어주세요 ^^..

  • 부산아라치 | 2014.02.04 12:0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이번에 결혼과 태권도 개원을 동시에 준비중이내요.

    집도 집이지만 체육관 구하기가 쉽지가 않내요..

    부산이나 경남에 인맥도 없어서 더더욱 힘드내요.

    결혼 3년차? 준비중에 도움이될만한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책으로 만들고 싶어도 지내요. 제가 정리해서.ㅎㅎ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태권도 사범의 비애, 태권도장과 결혼 :: 2009.05.23 13:00


10년을 만나 온 여자친구의 부모님으로부터 직업이 태권도 사범이기 때문에 결혼을 허락해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대기업 사원과 같은 빵빵한 직장은 아니지만 내가 원해서 걸어온 길인데 직업적 비애 때문에 결혼을 반대한다니 이 역시 직업적 비애가 아닐 수 없다.

난 현재의 직장(도장)에서의 대우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먼저 하고, 둘이 열심히 벌어서 도장을 인수받아 잘 키워나가 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친구 부모님은 결혼은 급한 것이 아니니 도장을 먼저 차려서 잘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결혼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만큼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잘 알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할 것이 뻔한 놈에게 딸을 주기 싫어하는 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의 나이는 서른을 넘겼고, 오래 만나 왔으니 우리는 막막했다.
둘이서 많이 고민한 끝에 도장을 먼저 개관하기로 했다.

조만간 내년 초쯤에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 괜찮은 자리를 알아보러 다녀야겠다.
내가 현재의 도장을 나오는 시기에 괜찮은 도장이 매물로 나오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부산, 경남지역은 도장이 거의 포화상태라 쉽지 않을 것 같다.
신규로 하자니 돈도 많이 들고, 전 재산을 걸고 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적당한 인원이 있는 도장을 인수받아 밤낮으로 열심히 뛰어 끌어올리는 수밖에….

얼마 전 태권도 사범이라 상대 측에서 결혼을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을 때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님을 댓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 명의 사범이 만들어지기까지 여타의 직업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에도 사회적으로 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범들의 인식과 사범을 고용하는 관장들의 인식에서부터 잘못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풀기 어려운 오래되어 곪은 숙제가 아닌가 싶다. 

태권도 사범으로 죽으라 일해서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으면 어렵게 어렵게 도장은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려면 또 그만큼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범은 결혼과 도장 개관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것이다.
고민 끝에 결혼을 먼저 하겠다고 마음먹어도 나와 같이 경제적인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직업에 종사하면서도, 나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결국은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안타깝다.


  • 인천사범 | 2009.05.24 15:2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간만입니다.공감이 많이 가네요 비록마루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20대후반 지금부터 잘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려야겠습니다.흠...근데 아무리봐도 마루님께서 생각하는 것 처럼 술술 풀리기는 어렵겠군요...
    개관은 하고 같이 살 집은 어떻게 하시나요?6-7천에 도장을 인수 하기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ㅠㅠ
    아 저도 그렇고 마루님도 그렇고 마음을 비우고 살아야 겠네요...수고하세요~

  • 김남덕 | 2009.05.25 13:2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여긴 충남입니다. 그정도 금액이면 인수할수잇습니다. 연락한번주세요
    제가 지금 운영하고있는 체육관입니다. 저는 좀크게 차려서 나갈생각이라 지금 갖고계신금액보다 조금만더생각하시면 가능합니다 연락한번주세요 010-3436-3100 체육관평수는 110편 그안에서 두분결혼하시고 방을만들어 운영하셔도 괜찮을듯해요

  • 태권도1년차 | 2009.05.25 13:4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큰 일을 해결함에 있어서과정은 늘 힘들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하지만 태권마루님처럼 열심히 하신다면
    결과는 항상 좋을것입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입니다!!!

  • | 2009.05.26 23:0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많이 힘들어 하시네요. 도움도 되진 않겠지만 힘내시고 최선을 다하시라고 응원해 드릴께요.

  • 충성 | 2009.06.03 03:3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태권마루'블로그를 통해 사범 활동을 하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 제게 닥친 현실은 아니지만 가슴에 와닿네요.
    태권도 지도자로서의 자부심과 철학 그리고 해내실것이란 믿음을 갖고 계시기에
    조만간 좋은 소식이 '태권마루'블로그에 게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화이팅!

  • 태권 | 2009.06.03 15:0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일주일에 한번쯤 들러 좋은 글을은 보고 간지도 이제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른듯합니다.
    태권마루님의 글이 제 가슴에 와 닿는 부분도 있고 .... 제 마음을 울리는 부분도 있는듯해서요
    항상 꿈과 희망을 간직하고 ...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신다면 좋은 결과도 있겠죠....
    저는 26에 살림을 차리고 28에 체육관을 개관하였습니다.
    태권마루님 처럼 6천정도 짜맞춰서 개관한거 같네요
    개관 2년만에 빚 다갚고 돈도 많이 모으고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살고 있습니다.
    인생은 노력하고 고뇌하는자 에게 승리가 오는것이아니라.
    많은 고뇌에 노력뒤 실천하는 자에게 승리가 오는듯합니다.
    부디 좋은결과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 Halo | 2018.03.31 20:4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지금 태권도 사범을 5년째 사귀는 ㅇ여성인데 참 부모님들이 반대해서 힘드네요 휴 ㅠ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태권도 사범이라 결혼을 반대한다. :: 2009.04.27 09:00

스물아홉…….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좋아했다.
이 노래가 좋아지려는 무렵…, 돌아서 보니 나는 이미 서른을 너머서 있었다.

"결혼할 시기가 되었거나 혹은 지났거나……"

이제는 어느덧 선배와 친구는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주변엔 온통 신혼들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먼~ 얘기처럼 들렸다.
가진 것이 너무나 없기 때문이다.

급격히 어려워진 가정형편으로 대학 1학년 이후로 용돈과 학비는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에 작년 2월까지 학자금 대출을 갚는다고 월급 대부분을 쏟아부어야 했다.
큰 빚을 청산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모은다고 모았지만 서른을 넘긴 나이에 지난 1년간 모은 돈은 내 또래의 그것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액수일 뿐이다.
결혼도 해야 하고, 언제까지 사범으로 남아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때로는 막막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도 최대한 아껴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결혼하고, 2~3년 둘이 바짝 벌어서 도장 차릴 목돈을 모은다는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예상했던(?) 대로 그것이 힘들어져 버렸다.

10년간 만나 온 여자친구가 드디어 부모님께 나의 존재를 말하고 결혼 얘기를 했는데 나의 가정환경과 직업을 문제 삼아 반대하셨다는 것이다.
내 직업에 대한 불만이 있을 줄은 충분히 예상했었고 나는 10년을 사랑해 온 것으로 그 모든 것을 덮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건 내 입장일 뿐이었다.
가정환경이야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태권도 사범으로는 어머니를 봉양하며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여자친구는 건강도 그렇게 좋지 못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고생시키지 않으려는 부모님의 마음인 것이다.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 오히려 더 막막하지만, 그분들의 생각이 조금 더 현실적이고 깊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만나보기조차 싫어한다는 것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도장을 차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이면 생각해보겠다고 하신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사실 화가 많이 났었다.
'결국엔 돈이란 말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좀 더 설득하지 못한 여자친구, 가정환경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부모님, 물질만능주의 세상…….
사춘기 소년 같은 유치한(?) 피해의식이 맴돌았다.
참 변명하고 싶은 여지는 많았지만 아무리 떠든들…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분들의 마음도 변하지 않을 듯하니 다른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한 것 아니겠는가…….

결혼을 한 후 둘이 힘을 모아 도장을 차리겠다는 계획을 뒤집어 도장을 먼저 차리고 시기가 좀 늦더라도 결혼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동료, 후배 사범들이 하나 둘 도장을 인수하고 개업할 때, 나는 대신 스스로 용돈과 학비를 벌며 대학을 나왔다는 것을 위안 삼았는데 막상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조바심이 생긴다.
운영 가능한 허름한 도장 하나 인수하는데 최소한 6~7천은 쥐고 있어야 한다니 나는 앞으로 2년은 넘게 죽으라고 모아야 한다.

힘들수록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기회가 오겠지…….

언젠가 내가 운영하던 홈페이지를 보고 도장을 열어줄 테니 맡아서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B도장으로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선뜻 낯선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어 거절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다.
그때 그 제의를 받았다면 어쩌면 지금은 결혼도 하고, 크게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어차피 가진 것 없었기에 잃을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이래저래 당분간은 심란할 것 같다. ㅠ_ㅠ
로또나 사볼까….^^

이전 댓글 더보기
  • 야시 | 2009.04.29 22:5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힘내세요 순수한 사범의 열정에 놀랐습니다
    그런 순수한 사람이 인정받을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어둡게 혼자 있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 | 2009.04.30 00:4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힘내세요. 뜻한바가 있으면 다 길이있고 정말 열정을 가지고 부딛히면 다 방법이 나오겠지요. 전 한국에서 군 전역을 하고 대학교 학창시절 집사람을 처음 만나고 다음해에 졸업도 하기전에 결혼을 했습니다(정식 결혼식장에서 양가의 부모님을 모시고 치루어진게 아니라, 집사람과 저 그리고 서로의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조용한 사찰에서 치루어진것 이지요). 아들이 하나밖에 없는 집안에서 직장도 없이 학생 신분으로, 더군다나 미국인과 결혼을 하겠다는 저때문에 부모님들께선 정말 구슬리고 협박하시기를 1년간 계속해 오셨지요. 당시엔 많이 섭섭했지만, 지금은 섯부른 결단으로 후에 더 고생하지 않을까 하는 부모님들의 근심때문이였다고 생각이 드니 걱정을 많이 끼쳐드렸다는 마음에 죄송스러운것도 사실이지요.

    그렇게 결혼하고 대학 졸업과 함께 첫 아들을 갖게 되었는데, 미국으로 아내와 아들을 대리고 와서 정말 되지도 않는 영어로 직장구해서 가장노릇을 하는게 생지옥 이였습니다. 취업 박람회와 갖은 직장 인터뷰에서 번번히 거절당하면서도, 항상 머리속으론 가족들과 부모님들 생각을 하면서 오기로 계속 도전을 했지요. 여기 온지 이젠 10년이 되어가고, 이젠 대학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지만 아직 금전적으로 넉넉한 형편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돈을 모으고 열심히 저축을 해도 스스로 "이정도면 넉넉하게 모였다"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요? 마뭏든 아들 둘, 딸 하나, 집사람, 저 이렇게 다섯명 한 지붕 아래에서 밥 걱정 없이 오손도손 잘 살고있는것으로 만족하고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한국사람보다도 김치 더 잘담그고 귀여운짓 많이 하는 제 집사람을 부모님들께선 이젠 무척이나 좋아하시지요.

    저 처럼 독불장군같이 방법도 계획도 없이 그냥 "깡"으로 밀어부치라고는 절대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만, 너무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의견에 휩쓸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하고 다른 삶에 봉착하는 일은 없었드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는게 힘들지만, 그래서 또 재미있고 보람찬거 아니겠습니까? ^_^

  • 동질감 | 2009.05.01 00:3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랑 상황이 많이 비슷하군요... 아니 거의 같을까?
    마지막에 로또 생각만 날뿐 ㅋㅋ

  • 서태수 | 2009.05.03 14:2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힘내세요. 내 갈길 가면 됩니다. 남자는 불알 두쭉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는 있을것입니다. 힘내시길^^

  • 이종현 | 2009.05.06 15:1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힘내세요 !
    같은 길을 가는 후배가 있습니다 !

    선배님들이 잘 되셔야 저도 ^^//

  • 김태일 | 2009.05.11 00:1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우연히 블러그에 와서 태권마루님 글을 읽었습니다.
    너무나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분명 확고한 가치관과 따뜻한 마음 있기에 이런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주 놀러오도록 하겠습니다.

  • 박진석 | 2009.10.04 12:4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범 생활을 하시고 게시죠?
    보통 한달에 사범님인건비(200만원치고)랑 물세 전기세 기름값 이런거 다하면
    얼마나 나가시죠?

  • 김사범 | 2009.10.22 00:4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십니까?
    태권마루님에게 일단감사드리구요
    태권도사범과 관장을 위한 공간인거 같아 너무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건의사항일지도모르겠지만
    사범생활을 한지 얼마 안됀 아주 초보 사범인데
    궁금한게 워낙 많아서
    질문게시판같은 공간이 하나 생겻으면 좋겟네요
    ^^늘 행복한하루되세요

  • 왼발상단 | 2009.12.13 17: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네이버 검색하다 우연히 글을 읽었습니다.

    저도 사범님 처럼 가정 경제적 환경때문에 아직도 학자금 과 신용회복위원회 갚아나가고있습니다.

    사범님 글을 읽기전까지는 제가 제일 악조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저하고 같은 사연이 있는 사범님을 보니

    저에게는 큰힘이되네요... 제가 힘을 드려야하는데 제가 힘응 얻고 가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10년동안 사범님 옆에 계시는 여자친구분 하나만으로도 저보다 무지 좋은거같습니다.

    사실 저도 태권도 사범이라는 이유로 이별을 했던 초보 사범일때 기억이나네요...

    사범님 힘내시고 나중에 로또 당첨되시면 모른척 하기 없습니다^............^

  • 교과서 | 2010.01.19 00:5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구글 검색으로 오래된 글을 읽었는데 십년전 일이 생각나서 한 글 적습니다.
    무도인으로 오리지널을 지키고 살려니 십년전 맞선본 여성분의 부모님 반대가 생각납니다.
    태권도 관장은 월급쟁이만 못하니 만남을 결혼까지는 허락할 수 없다고...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 말이 맞네요.아직도 경제적인 여유를 생각하기 힘드네요.
    다만 내옆을 지키고 있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현실에 맞추어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각오만 매일 새롭게 합니다.
    세상과 타협하여 수련생들을 돈으로 만 기준하여 운영한다면 벌써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련만
    그렇지 못하는 자존심에 답답할 따름입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습니다.
    마음이 편할것인지 몸이 편할것인지....

  • 개척자 | 2010.01.24 03:4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태권마루님,, 힘내세요~*

    지금은 큰 도약을 위해 바닥을 단단히 다지는 중이 잖아요~~ ^^

  • 승리마루이휘용 | 2010.05.03 10:1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하다가 이 블로그 까지 오게 되었는데
    제 10년뒤 모습인것 같아 그냥 안 지나칠수 없는것 같습니다 ㅎ 저도 이 글 읽으면서 어제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할것 같습니다 ㅎ

  • 마스터진 | 2010.05.04 07:5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동감되는글 읽고 갑니다.
    힘내세요, 모두다 어려운 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힘든시기가 없다면 성공시기도 없습니다.

  • 징징이 | 2012.03.05 00:2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이 너무좋아 퍼갑니다 완전 감사해요 저도 사범하다 여자친구랑헤어졌어요 사범은 정말 힘든일이죠?
    너무나 많이 그래서 저는 점 늦었지만 이제 다른길로 가려합니다 ...
    전혀 태권도에 미련이 없읍니다 ...10년동 아직도 나는 잘못살아온거 같아서 후회가 심합니다
    전혀 돈모아둔것도 없구 암것도없네요 ...결혼도 못하고 월급은 최저 임금이고 도저히 이길은 아닌듯싶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고생은 고생데로하고 해논거는 하나도 없구 너무너무 맘이아픕니다 부모님도 이제는 태권도사범이라 하면 너무나 많이 반대를 하셔셔 ..저도 이제는 ..자신이 없네요..집안형편도 그렇구요..
    왜아침일직나가서 전단지돌리고 입학식대 전단지돌리고 유치원에 전단지돌리고 밤11시에 끝나고 아이들은 안들어오고 관장눈치보고 나이가 먹다 보니 더이상 사범은 힘든거 같아요..차라리 직장생활10년을 했으면 퇴직금이라도 받지라는 생각과 4대보험돼면 대출도 됫을텐데 그런생각이 엄청들더라고요...너무나 많이요...전다른길로다시같다가 다시사범하는데..지금은 너무나 많이 후회합니다...그래서 다시 다른길로 가야하는게 답인거 같아요...님글은 너무나 맘에 와닿다아요 ....많은 사범들중에 열시미 하는사범님들도 게시지만 저에게는 이길이 아닌듯 싶어요...부모님이 잘사셔셔 도와주는것도 아니고 ..사범해서 돈천만원벌기가 너무나 힘들더라고요 ...모아지지도 않고요....물론 핑계일수있겠지만 ... 전 이제그만하려합니다....태권마루님감사해요^^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1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