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 수영 특강의 책임 :: 2012.09.24 13:00

작년 여름 부산의 태권도관장들 사이에 A 도장의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언론에도 보도되었다고 하던데, 한쪽 귀퉁이에 났는지 나는 소문으로만 들었다가 굳이 검색을 해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언론 기사와 유가족의 글을 조합하면 아래와 같다.


부산의 B 태권도장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수련생을 대상으로 방학 동안 주 3회로 교육하는 단기 수영 특강반을 모집했다. 이에 초등부 수련생 7명이 특강에 등록했고 수영 특강 수업은 인근에 있는 S 수영장에서 이뤄졌다. 


2011년 7월 25일 수영 특강 첫날에 1학년인 K양이 물에 가라앉은 채로 발견되어 119가 출동했지만, K양은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사이 담당 수영 강사(수영장 업주의 아들)는 7월 29일에 자원입대를 신청하고 8월 2일에 입대를 해버렸다. 


그리고 8월 17일 K양은 하늘나라로 떠나버리고 만다.


K양의 부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청원 1

K양의 부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청원 2


관련 기사 모음 (날짜순)


기사1

기사2 

기사3

기사4 

기사5 

기사6 

기사7 

기사8


나는 이 일에 자세한 내막을 잘 모르고 시간도 지난 일이라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근데 최근 태권도 관련 행사 등에서 몇몇 관장들이 이와 관련한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명을 받으러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자세한 내용도 설명하지 않고는 무작정 서명하란다. 지켜보고 있으니 일부 관장은 서로 잘 아는 사이거나 바쁜 와중이라 대수롭지 않게 서명해주고 넘어간다. 또 한편에서는 서명 전에 뭐냐고 묻는 관장이 자세한 내용을 듣고는 이런 걸 서명받으러 다니느냐고 호통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예전 일인데 인제 와서 저럴까 싶었다. 이상해서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며칠 전 판결이 났던 것이다. 민사에서 수영장 측과 태권도장 측이 합쳐서 2억 5천971만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형사에서 수영장 업주 징역 10월, 태권도 관장은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태권도 행사장에서 돌고 있는 탄원서는 태권도 관장의 형사적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태권도장 측의 책임은 없을까? 나는 법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니 여기서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바라보고자 한다.


우리 도장에서도 수영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수영 특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영장을 섭외해야 하는데 거리나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험에 따르면 보통 주 2~3회 강습에 강사 한 명 해서 수영장 측에 수강생 1명당 35,000~40,00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그렇지만, 학부모로부터 이 가격으로 특강비를 받을 수는 없다. 도장도 수익이 있어야 하므로 차량 운행비와 수고비 기타 등등 해서 더 받아야 한다. 학부모가 올린 자료를 보니 위에서 언급되고 있는 A 도장에서는 수영 특강비로 55,000원을 받았다고 한다. A 도장이 수영장 측과 어떻게 계약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한 것을 고려해서 조금 더 받은 모양이다.


우리 도장에서 수영 특강을 할 때 나는 항상 수영복을 입고 아이들과 함께 물에 들어갔다. 도장에서 진행하는 수영 특강에 신청하는 아이들은 수영이 처음인 아이도 있고 능숙한 아이도 있기 때문에 강사 한 명이 효율적으로 수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수영장에 보내 놓고도 딱히 뭐 할 것도 없었다. 아이들도 돌보고 내 수영도 즐기고 하기 위해 늘 같이 들어갔다.


수영 특강을 하러 수영장에 가면 늘~ 다른 도장들도 와 있다. 게 중에 사범이 직접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또 상당수는 수영장에 아이들 넣어 두고 식사하러 가거나 다른 볼일을 보러 가거나 탈의실이나 대기실에서 TV나 휴대전화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여름방학이면 부모들은 자녀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싶어 한다. 때문에, 일선 도장은 수영장으로의 관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수영 특강을 하는 곳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학부모는 비용적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고, 태권도를 끊지 않아도 되고, 태권도에서 아이들을 챙겨줄 거라 믿으니까 수영장으로 바로 가지 않고 도장을 통해 수영 특강에 등록하는 것이다.


도장의 입장에서는 관원의 이탈을 예방했고, 특강으로 약간의 수익을 발생시켰으며, 특강을 자처해서 주최하였으니 그 특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모 도장의 사범처럼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지는 못할망정 수영장에 맡기고 자리를 뜨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로 생각한다. 나 역시 태권도 하는 사람이라 안타깝지만, 수영장과 더불어 A 도장 측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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