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받은 호두과자 :: 2009.05.16 01:11

5월 13일 평소와 다름없이 차량운행을 돌며 아이들을 태우는데 K가 조그마한 종이가방을 건냈다.
뭐냐고 물으니 스승의 날이라고 어머니가 사범님 드리라고 줬단다.
좀 이른 스승의 날 선물을 받고 뭔지 궁금해 아이들을 내려놓고 얼른 풀어보았다.
나는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급향수가 들어있었다.
스포츠바우처를 통해 들어온 수련생이라 좀 의외라 생각하면서도 내 돈 주고는 절대 살 수 없는 좋은 향수를 받은 것에 살짝 들떠버렸다.

다음날(14일) 2학년이지만 똑 부러지는 M양이 큼직한 비닐을 건냈다.
호두과자 한 상자가 들어있었다.

"어머니가 주시더냐?"

"아뇨, 제가 용돈 모아서 샀어요."

2학년이지만 평소 녀석의 성격으로 보아 분명 자기가 용돈을 모아서 샀을 것이다.
그래서 감동스러웠다.
안에 작은 편지가 들어있었다.
'처음에는 태권도 가기 무서웠는데 이제는 000, 000, 다리째기 등등 재미없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태권도를 너무 좋아하는 M이 기특했고, 다리째기도 재밌다고 하는 것에서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내용이지만 감동이었다.

원래 무뚝뚝한 성격이라 어머님들께 싹싹하거나 보기 좋게 지내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몇몇 농담도 주고 받는 어머님들이 있는데 게 중에 한 어머님이 와인을 한 병 보내주셨다.
아까워서 어찌 먹나 생각이 든다.
여자친구는 같이 먹자는데 아무래도 난 개봉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는 스승의 날 전에 가정통신문을 보내 선물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그래도 보내시는 부모님들이 계셨다.
그런것마저 돌려보내는 것은 어쩌면 오히려 예의가 아닐수도 있기에 그냥 감사하게 받았었다.
올 해도 보냈어야 하는데 사실 김칫국 마시는 모양새로 오히려 더 민망하기도 하고, 대회 준비로 정신이 없었던터라 미처 보내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어머님들은 이제 그런것을 먼저 알고 선물을 안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내가 모자라서 안주신거겠지...ㅎ

많은 선물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선물을 받은 것 같다.
특히 우리 M이 써 준 편지는 두고두고 아껴볼 것 같다.
편지를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 어떤 선물보다 진심을 담은 편지 한 장이 더욱 훌륭한 선물이 되는 것 같다. 

스승의 날이라고 뭔가를 바래서는 안되지만 그래도 참 애착을 많이 가지고 지도했던 제자들이 편지 한 통이라도 써주길 바랬는데 거의 받지는 못해 참 서운했다.
오히려 지금은 다지니 않는 학생의 문자가 스승의 날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속 깊이 내가 자리했다면 그렇지 않았겠지.... 
내년에는 꼭 우리 제자들에게 많은 편지를 받을 수 있도록 좀 더 다정한 사범님이 되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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