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잡아라~ 잡아! :: 2008.07.11 01:27

태권도대회를 앞두고 수련생들을 지도하느라 정신이 없다.
비교적 작은 대회라 보다 많은 수련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내가 선발하여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로 선수를 선발했다.
태권도대회에 나가서 1회전에 탈락한다는 마음가짐이 있는 수련생들은 손을 들라하여 그 중에서 다시 부모님의 동의를 얻은 수련생들은 거의 모두 참가 접수했다.
실력의 고하를 떠나 자신이 직접 선택한 것이니 혹여나 지더라도 그들이 받는 상처는 덜 할 것이라 여긴다.

자신이 원해서 참가하는 것이기에 수련생들의 열기도 뜨겁다.
대부분은 대회에서 이기기위해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 있다.

하지만 시험기간과 겹치다보니 학원에서 놔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초등학교 5학년을 2시부터 10시까지 잡아놓고 공부를 시킨다는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험기간 2주를 앞두고 학원에서 밥도 먹여가며 하루 8시간씩 책상 앞에 붙들어 두는 것이다.

하필이면 9명이 한 조인 태권체조부문에, 그것도 제일 동작이 안되는 수련생이 그런 상황이라 답답하기 그지 없다.
수련생의 학부모와 통화도 해봤지만 학원에 전화해보겠다는 말만하고 답변이 없다.
학원도, 부모도, 학생도.... 초등학생인데.... 참 독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창 뛰어놀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해야할 아이들이 책상에 가만히 앉아 암기하는 기계가 되어 버렸다.
이러다 다리가 퇴화하지나 않을까....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보통 5~6시간인데 학원에서 8시간을 보내다니 할 말을 잃었다.
물론 아이들이 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게 공부해서 과연 그 시절이 행복할까....
그토록 아이들을 혹사 시킬 수 있는 학원의 배짱이 대단하다.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 것일까....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수시간을 꼼짝없이 공부하라니.... 그 부모들.... 자신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J군 아버님에게 지나친 것 아닌가하고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봤지만 역시나 가볍게 무시해주셨다.
학원측에 전화해서 따져보고 싶지만 괜히 나 때문에 J군이 학원에서 미운털 박힐까 함부로 전화도 못하겠다.

분명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접수를 시켰는데.... 이제 대회는 코 앞이고 나머지 아이들은 열심히 연습해 왔는데 J군 하나 때문에 일이 꼬여버렸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이러니 한 것은 함께 구성된 팀원들은 그렇게까지 공부하지 않고도, 열심히 연습에 참여하면서도 다들 반에서 1,2등 하는 우등생들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J군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일등을 위해 일등보다 더 값진 것을 놓지는 것은 아닐까....

동네친구들과 수 시간을 걸어 바닷가에 가서 바위를 들춰내고 게를 잡던 나의 어린시절이 그립다.
반에서 일등은 아니었지만, 매일 흙 뒤집어쓰고 엄마에게 야단맞았지만, 우리는 건강했고 나는 지금 나의 꿈을 이뤄 행복하다.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내 아이가 뒤쳐질까 걱정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세상 그 누가 모를까....
하지만 남들처럼 하기에 그 아이는 남들같이 된다는 걱정은 하지 않는 것일까....
남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는 부모들의 용기도 필요하다고 여긴다.

우리네 아이들은 우리가 아는 에너지 넘치고 쾌할한 그런 아이들이 아니다.
벌써부터 스트레스와 피로로 얼굴에 그늘이 가득하고 생기가 없는 고3 수험생의 모습이다.

무거운 가방을 매고 축 쳐진 어깨에 느릿느릿 걸어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마음껏 소리치고 땀흘리며 뛰어놀 수 있는 그 시절이 다시 올까....
아무래도 대한민국에서는 한 세기는 넘어야 가능한 얘기일 것 같다.

아버님, 어머님.... 선생님....!!!
아주 그냥 애를 잡아요~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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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사부 | 2008.10.23 00:4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가 너무 깊게 생각한건지는 모르겠지만.....결국 태권도도 아이들을 잡는 그 중의 하나인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물론 우리는 그러지요. 신체를 단련하고 건강이 우선이고..인성교육 등등...하지만...신체단련이야 워낙 방법이 다양한데다 바른 인성?? 보습학원 선생님이라도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듯 합니다. 뭘 위해서 그렇게 까지 공부시키느냐??? 태권도장에 오는 아이들이 뭘위해서 도장에 올까요...결국 부모의 남들 다하는 것을 시키기 위해 도장에 온 아이들이 상당히 많을겁니다. 우리가 배우던 시절의 태권도와 지금 아이들이 느끼는 태권도의 개념 자체가 다른 지금 우리의 인식도 바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손사부 | 2008.10.26 20:5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마루님의 생각과 같은 생각이고 그것이 우리의 바램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겠지요.

  • 강베드로 | 2012.08.28 22:33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태권도를 일반 학원과 같이 보는 시각은 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태권도를 톻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내심, 체력, 예의범절 등.. 초등학생때에는 오히려 입시학원이 안좋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혼자하는 습관을 들여야지요.

  • zz | 2012.11.09 10:4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지금 중3인대요 저두 초등학교 5학년떄 학원에서 엉청빡쌔게 공부시키던대 ㅋ;;토요일에도 와라해서
    대략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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