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사범, 우리가 당당히 전문직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 2008.06.16 09:09

태권도 사범처럼 되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직업이 또 있을까?

국기원에서 인정하는, 그야말로 공인 태권도 사범이 되기 위해서는 태권도 사범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태권도 사범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만22세 이상이 되어야 하고, 태권도 4단 이상 이어야 한다.
태권도 4단이 되려면 적어도 5년 정도는 태권도를 수련해야 한다.

나는 태권도 5단이며, 태권도를 수련한지 20년이 넘었다.
도중에 쉬기도 했지만, 짧게 잡아도 나는 10년은 넘게 태권도를 수련했다.
없는 시간 쪼개서 태권도 심판과 생활체육 자격증도 취득했다.
대학에서는 태권도는 아니지만 체육을 전공해서 운동/건강 전반에 걸친 지식은 일반인들에 비해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많은 태권도 지도자들이 나와 비슷하거나 보다 나은 조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 우리는 태권도를 지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완성되어 온 전문가 집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로부터 그다지 전문직 종사자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전문직 [專門職]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직업.


사전적 의미로 해석해 보아도 그 명칭에 부족함이 없는 듯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도(道)'가 아닐까....

태권도는 그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태권도가 스포츠에 지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전문직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권도는 '태권'에 앞서 '도'를 강조했던 '무도'라고 일컬어지기에 '도'를 닦지 못한 나와 같은 대부분의 태권도 사범들은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태권에서 말하는 '도'란 심오한 뜻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라 하면 무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네 사범들이 과연 '도'를 닦았다 할만큼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태권'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렸지만 그 모든 것을 완성시키는 정작 중요한 '도'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던가....
하루가 멀다하고 온갖 부조리와 일선 도장의 사고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는 마당에 그 누가 우리를 무도인으로 보아주겠는가 말이다.

나는 그것이 일부에 지나지 않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무도인이 일부라면 일부일 것이라 여긴다.

태권도 사범은 화려한 스펙과 경험만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는 그야말로 마음까지도 갈고 닦아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무도'라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태권도인들 사이에서도 심사장이나 대회장에서 조금만 잘못된 행세를 하는 다른 지도자들을 보면 "저게 사범이가... 쯧쯧..." 하면서.... 혀를 차지 않는가....?

신체 단련만 놓고 본다면 우리는 분명 전문가일 것이다.
하지만 태권도가 어디 육체적 수련에만 국한된 것인가 말이다.

태권도가 성인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도자들이 모범이 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사리분별 가능한 성인들이 자신보다 정신적으로 뒤쳐지는 사람을 사범으로 인정할리 만무하다.

나 역시 대부분의 태권도 사범들처럼 어린 아이들을 앉혀놓고 인성교육과 예절교육을 하지만 아이들이 "사범님 어릴 때 정말 그러했어요?", "사범님은 지금 그렇게 하고 계세요?" 하고 물어올 때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한다.

우리는 사범의 탈을 쓰고 살아가는 어쩌면 이중인격자인 것이다.

사범 [師範]
남의 스승이 될 만한 모범이나 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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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사범 | 2008.06.29 23:2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주들려서 글을 보곤 그냥가지만 이글을 보고 공감이 많이 가서 글 남깁니다.
    저는 태권마루사범님 처럼 똑같이 아이들 앉혀놓고 인성,예절교육을 시킵니다.
    분명 다행인건 태권도사범님 덕분에 나쁜길로 빠지지않고 올바르게 자라는 아이들이 더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힘들고 고된일이 보람되고 지금도 아이들에게 더 더 좋은 교육을 하기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립니다
    ㅎㅎㅎ 화이팅!!사범님들

  • 전직사범 | 2008.12.03 15:52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좋은 지도자님을 만났네요~

    맞는 말입니다. 지금에 태권도 모습이 너무 안타깝기만하네요

    사범님 같은분들이 모든 도장에 관장님이고 국기원의 임원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앞으로 자주들리겠습니다 이런싸이트가 있는줄 처음 알았네요

  • 누리하제 | 2009.02.14 20:42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범이라는 말을 한자로 풀어 놓으면 알고있듯이 고매한 뜻이 되지요. 우리가 알고있는 사범이라는 말은 일제시절 일본의 무술체계의 여러 도장들의 영향으로 전해진" 가르치는 자" 라는 뜻의 해석이 정확하지만, 가르친다는 것에는 단순한 신체의 움직임만 가르킨다는 것이 아니겠죠. 몸이 있어야 정신이 있고,정신이 있어야 몸이 있듯이 둘이 아닌 하나이기에 가르치는자는 가르킴을 받는이에게 항상 본이 될수 있도록 자기 관리를 최 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것이 힘들죠..ㅠㅠ...너무 말의 본뜻의 의미에 집착하는 것 보다 현재를 즐기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가르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성직자처럼 굳을 필요도 없고, 너무 무도인이라는 정형된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의 태권도는 그러한 것과는 거리가 먼 동네 체육관중심의 생활체육 정도의" 체육태권" 과 학교 대회경기 중심의 "경기 태권" 두가지만 있을 뿐입니다. "도"라는 단어..길,방법 즉 인간이 가야할 길, 살아야 하는 법 같은 철학적 삶의 가르침은 일선사범들이 안 가르쳐 주어도 잘 살아 갑니다.^^항상 건강하세요

  • 김태윤 | 2010.02.09 09:0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현제 4단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입니다.태권도 사범..초등학교때부터 동경했었던 꿈이었지요.그 때,저의 기억에 남은 사범님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고 있습니다.매 시간 최선을 다하시고,엄하실 때는 엄하게,즐겁게 놀아주실 때는 즐겁게..교육자(敎育者)가 어떻게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후에 그 제자들의 인성이,그리고 태권도에 대한 생각이 자랄 수도 있고,반면,타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교 시절(3단)관장님을 도와 보조사범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관장님께서도 기피하시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굉장히 소심했었는데,저는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지요.아이가 기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다시 일어나 '할 수 있도록'말입니다.^^
    그 후에,아이가 제게 다가와 '고맙습니다'하며 쑥쓰럽게 웃음지으며 내밀던 과자..이 모든 것을 잊을 수가 없기에 계속적으로 태권도에 몰입하고,또 몰입하려는 제 자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태권마루님의 글 덕분에,잠시나마 옛 추억을 더듬어 보게 되어지네요..^^앞으로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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